[안욱진의 시사 칼럼] 요구 높아지는 형벌 강화 언제쯤 이루어지려나

 

 

최근 대구에서 중학생 집단이 뺑소니를 내 대학교 학비를 벌려고 알바를 하던 대학생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에 많은 사람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형벌이 이루어져 그 중학생 무리가 제대로 된 쵯값을 치르기를 바랐다. 심지어는 청원도 이루어져 청원수 100만을 넘겼다. 하지만  뺑소니를 주도한 학생과 공범인 그 학생무리는 만 14세 미만으로 촉법소년에 해당하여 형법에 따른 처벌이 없다고 한다.1 전 국민은 당연히 분노했다.  가장 큰 이유는 가해 학생들의 반성조차도 없는 태도와 적반하장으로 일관하는 민낯이 샅샅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소년법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사실 여러 번 청소년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계속해서 커져 온 전 국민의 의구심이었지만 법이 개정된 적은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소년법을 개정하라는 요구가 여러 차례 올라왔음에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째서 개정되지 않는 걸까? 개정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한 건가

 

사실 대한민국에서 형법 강화에 대한 의견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형사사건이 일어났을 때마다 발생했다. 애초에 우리나라의 형량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유치원생을 성폭행한 조두순의 12년형도 형벌을 약하게 적용한 사례로써 형벌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로 사용되었다.  특히 형벌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사례를 많이 들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형벌에 대해 엄청난 형벌 부과를 한다. 청소년에게 40년형을 때리기도 하며 자신에게 22년형을 부과한 판사에게 욕설한 피고인 앞에서 형량을 28년형으로 늘려버리기도 했다.2

댓글에는 "제발 미국법 좀 따라 배워라." "미국의 반만 해라." 등 미국의 형법을 일부라도 도입하자는 의견이 대다수일 정도로 형벌 강화에 대한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어째서 미국처럼 강력한 형량을  부과할 수 없을까? 그것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다른 법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조두순 사건 당시, 그리고 아직도 유럽대륙 법을 수용하고 있다.  유럽 대륙(독일, 프랑스)에서 유래해 현재 EU에서 쓰이고 있으며  EU 가입조건을 무조건 사형제 폐지로 내세울 만큼 처벌보다 교화에 방점을 둔 법체계가 유럽대륙 법이다. 이 유럽대륙 법을 수용한 우리나라의 형법은 형벌의 가중/감경에 있어서 반드시 법에 정해진 대로만 실행할 수 있다.  그로 인해 EU법과는 차별된 법체계를 가진 영미법의 미국과 같이 매우 긴 징역형을 매기는 식의 양형은 한국에서 어렵다.

 

하지만 이것에도 모순적인 부분이 있는데 바로 심신미약이다.  우리나라의 형벌 개선에 있어서 가장 많이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거론되는 항목이자 실제로 많은 범죄자의 형벌이 이 심신미약으로 인해서 많이 감형되었다. 우리나라는 정신병이나 술을 먹고 취했을 때 심신미약을 적용한다. 심신미약이 적용되면 사형은 무기징역으로, 무기징역은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유기징역은 2분의 1로 감형된다. 근처 편의점에서 4,000원으로 구매한 술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사형될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으며, 평생 감옥에서 썩을 운명을 최소 7년 징역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보면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심신미약은 확실히 모순적인 법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유럽대륙 법을 따른다. 하지만 유럽국가인 독일의 경우 술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오히려 가중처벌하는 아주 바람직한 법을 가지고 있다.  강한 양형이 불가능한 유럽이 베이스인 법체계에서 유럽국가에서도 적용하지 않는 감형을 한국에서는 실제 법에서 적용되고 있다..또한, 제일 충격적인 사실은 이것이 2018년 PC방에서 칼로 사람을 죽인 김성수 사건 이전까지는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무조건 감형되는 '필요적 감형'이었다는 점이다. PC방 살인마 김성수 또한 심신미약에 해당하자 분노한 국민들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서 김성수 법을 제정, 이제 심신미약이 무조건 감형되는 것이 아니라 판사가 감경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만 감경되는 임의적 감경으로 바뀐 것이다. 3

 

이제 슬슬 심신미약 뿐만 아니라 형법 전체를 손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세간에서는 법 개정을 안 하는 이유가 그 법을 개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를 위한 것이라는 소문도 유튜브와 같은 매체를 타고 퍼지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우리는 300명의 국회의원을 쫓아내기 위해 광화문에 촛불 대신 화염방사기를 들고 와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형법은 어디까지나 범죄자 교화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범죄를 예방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범죄자 교화는 국민들에게서 민심이 사라진 지 오래이며, 범죄에 경각심을 준다는 소리도 이제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애초에 술 마시면 무기징역 받을 형도 7년 이상으로 줄어드는 꼴을 보고 누가 법에 경각심을 느끼겠는가?

 

 

현재 많은 국민들이 형법 강화를 원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 즉 국민이 주인인 국가에서 그 주인들이 형벌을 강화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준 표로 당선된, 우리나라 주인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리인일 뿐이다. 주인의 의견을 대리인이 무시하는 이상한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일 못 하는 대리인은 해고된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는 점은 인지해두고 있었으면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많은 국민이 형벌 강화의 필요성을 알고 있으며 또 그것을 원하고 있다.  법개정이 편하고 쉬운 일은 아니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일이다. 만일 정말로 국회의원들이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있어서 형법개정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면 하루빨리 형법 강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다운 해결방식일 것이다.

 

1. https://news.joins.com/article/23744641(참고)

2.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34422.html(참고)

3. https://m.lawtimes.co.kr/Content/Article?serial=148835(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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