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윤의 독서 칼럼] 집에서 떠나보는 국내 문학관 여행, 어때요

김미자의 '함께 떠나는 문학관 여행' (글로세움)

여행은 설렘으로 시작해 설렘으로 끝난다. 여행 전에는 여행지에 대한 설렘으로 밤을 설치고, 여행 중에는 행복함과 설렘으로 가득 차게 되고, 여행 후에는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다시 설렘을 느낀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 ‘재밌겠는데?’였다. 코로나로 인해 마음대로 국내를 돌아다니기는커녕 조금만 걸어가면 있는 대형 마트조차도 못간지 조금 됐기 때문에 책을 통한 문학관 여행이 유독 기대되었다. 책을 펼치기 전은 여행을 시작하는 듯한 설렘이 느껴졌다.

 

 

이 책은 지은이가 감성 문학관 38곳을 여행하면서 알게 된 여러 가지가 소개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곳의 느낌, 문학관의 구성, 문학관 주인공의 생애 등등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지은이가 가기 전의 기분, 감상하면서 알게 된 지식, 전체적인 소감을 진심으로 전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내가 마치 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이 남는 문학관은 <오장환 문학관>이었다.

 

충청북도 보은군에 위치하고 있는 오장환 문학관은 2006년에 오장환 시인 생가 옆에 세워졌다. 솔직히 이 책에 많은 문학관 주인공들이 있지만 아는 분들이 적었다. 그 중에 한 분이 오장환 시인이었다. 지은이도 부끄럽지만 자신도 잘 모르는 분이었다고 말한다. 읽어 보니 굉장히 많은 일을 하신 분이셨다. 1918년에 태어나 1951년에 생을 마치신, 33년 밖에 살지 않으신 분이시지만 어느 누구 보다도 열심히 문학 활동을 하셨다. 고등학생일 때부터 문예반에서 창작활동을 하셨고, ‘시인부락’, ‘낭만’, ‘자오선’의 동아리에 참여하시면서 문학 활동을 하신다. 또 일제에서 해방된 후에는 조선문학가동맹에 참가하셨을 만큼 문학에 열정을 보이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신장병으로 생을 마감하시게 된 것이다. 이분이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어린 나이부터 문학 생활을 하셨기 때문이었다. 보통 다른 시인들은 20대에서 30대에 사이에 문단에서 활동을 시작하신다. 그런데 이분은 16세에 글을 발표하시며 문단활동을 시작하셨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정지용 시인께 ‘천재 시인’이라고 칭찬을 받을 만큼 창작활동에 천재적인 면모를 보이셨던 것이다. 이분은 암울한 시대를 살아오셔서 그러신 것인지 고통에 신음하는 시를 많이 쓰셨다. 짧은 생을 보내신 것도 안타까웠는데 그 짧은 생마저 암울하게 보내신 것에 대해 마음이 아파서 기억에 남았다.

 

책을 읽다보니 문학가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대중화된, 잘 알려진 분들만 알고 문학에 열정이 있으셨던 많은 문학가들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소에 시 쓰는 것을 좋아한다 말하면서 정작 시인은 알지도 못했던 모습을 성찰해볼 수 있었다. 시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있다면 먼저 시를 쓰신 분들의 시를 보며 배워야 하는 것인데 그런 마음가짐이 없었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어디로 여행을 가지는 못하겠지만, 이 코로나 상황이 조금 잠잠해진다면 이 많은 문학관 중 한 곳이라도 가보고 싶었다. 이 책에서 여러 감정들을 실감나게 표현해주었지만 직접 여행하면서 느끼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지은이처럼 문학관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필자는 원래 버킷리스트가 몇 개 없는 사람인데 이 문학관 여행만큼은 꼭 하고 싶어졌다. 가서 이 문학가들의 생애를 내 눈으로,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어졌다. 그래도 이 책을 읽음으로 간접 여행을 해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학 여행이라고 하면, 쉼을 얻는 여행이 아닌 지식만을 얻기 위한 여행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필자가 책을 통해 체험한 문학 여행은 그렇지 않았다. 그 어떤 여행보다도 쉼과 자유를 주는 여행이었다. 코로나19로 외출의 제약이 큰 지금, 행복감을 주는 진정한 이 여행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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