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원의 영화 칼럼]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사랑

이맘때쯤이 되면 영화 <윤희에게>가 떠오른다. 작년 12월,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을 찾았다. 평소에 영화관에 가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꼭 보고 싶던 영화였다. 나는 진부한 사랑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로맨스라면 뻔할 것이라는 편견을 마음 한구석에 갖고 있어서일까, 직접 로맨스 영화를 찾아서 보는 편이 아닌데도 <윤희에게>는 그때의 계절, 분위기와 너무 닮아 있어서 꼭 봐야 할 것만 같았다. 

 

 

 

<윤희에게>를 보고 나온 날, 내가 알던 사랑과 형태가 다른 사랑을 읽고 생경한 감각에 눈물이 났다. 음원 사이트에 올라온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귀가하는 동안에도 여운은 사라지지 않고 뇌리에 오래 남았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20대 여성과 남성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이성 간의 사랑을 '정상'이라고 이야기하며, 동성 간의 사랑을 조금 빗나간 사랑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대놓고 동성애를 비하하거나 깎아내리는 사람은 많이 줄어든 것을 느끼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날 선 시선들을 마주하게 될 때도 있다. 그런 시선에 맞서는 작품 중에서도, 인상 깊게 읽었던 특별한 로맨스 영화를 소개해보려 한다. 

 

 

인상 깊게 읽었던 '특별한' 로맨스 영화를 소개한다는 대목에서, '특별한'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다. 이 표현이 동성 간의 사랑은 이성 간의 사랑과 비교했을 때 유별나 보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여기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들의 사랑이 다른 이들의 사랑과 유난히 다른 점이 있다기보다도, 그들의 관계가 뻔한 로맨스 서사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의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고, 보는 이들의 마음도 주인공의 감정에 맞추어 유동적으로 변한다. 

 

그중에서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영화는 화가인 마리안느와 귀족인 엘로이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감정선을 차분하지만, 격정적인 전개로 다뤄냈다.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외딴 섬으로 간다. 그곳에서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만 했던 엘로이즈를 만나게 되고, 엘로이즈를 모델로 그림을 정해진 기간 내에 그리려 한다. 그러나 엘로이즈는 모델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고,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보며 그림을 완성해나간다. 사실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과정보다도 그들의 감정 변화에 있다. 사랑이 영원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언제 끝을 맺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위태롭고 불안정하지만, 그들이 사랑을 대하는 태도는 성숙했다. 그 순간을 죽기 전까지 기억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아름답다. 스토리뿐 아니라 두 배우의 연기, 영상미와 잘 어울리는 클래식까지,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만 하다고 여겨진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비발디 사계의 오케스트라 연주는, 영화 러닝타임 내내 지켜봐 온 두 주인공의 사랑을 집약시켜주며, 아름답게 결말을 맺을 수 있도록 돕는다. 완결된 아름다움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아름다움이 영원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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